걷지 않고도 오스트리아 알프스를 즐길 수 있을까?
답은 ‘충분히 가능하다’입니다. 특히 여행 중 뜻하지 않게 다리나 무릎을 다쳤거나, 부모님 또는 몸이 불편한 분과 함께 유럽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걷지 않고 감상하는 알프스 뷰 여행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.
이 글은 프라하 여행 중 다리를 다친 후, 휴식과 회복을 병행하며 알프스를 다녀온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, 차량 중심의 오스트리아 알프스 여행 코스와 팁을 소개합니다.
프라하에서의 부상, 오버트라운에서의 회복
2022년 가을, 남편과 함께 유럽 여행을 하던 중 프라하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로 다리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습니다.
그 순간 “여행을 계속할 수 있을까?”라는 고민이 들었지만, 렌트카 여행이라는 점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되었어요.
걷지 않고도 이동하고, 경치 좋은 곳에서 충분히 쉬면서 회복할 수 있었으니까요.
부상 직후, 체스키 크롬로프에서 1박을 한 뒤 도착한 오버트라운(Obertraun)은 저희 여행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.
할슈타트 근처이지만 훨씬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이었고, 이곳에서 3박을 하며 정말 잘 쉬었죠.
그러던 중 우연히 알게 된 곳이 바로 그로스글로크너 하이알핀 로드(Großglockner High Alpine Road)입니다.
도보 없이 즐기는 알프스, 그로스글로크너 드라이브
그로스글로크너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높은 산(3,798m)으로, 이곳을 차량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든 도로가 바로 그로스글로크너 하이알핀 로드입니다. 놀랍게도 이 도로는 차로만 2,500m 이상의 고지까지 올라갈 수 있고, 구불구불한 도로 사이로 펼쳐지는 설산과 초원, 계곡의 파노라마 뷰는 마치 꿈같았어요.
가장 좋았던 점은, 전 구간을 도보 없이도 즐길 수 있다는 것!
• 정차 가능한 뷰포인트가 중간중간 잘 마련되어 있어 차에서 내렸다가 주변을 둘러보고, 다시 차를 타는 방식으로 이동
• 오스트리아식 휴게소 같은 식당(Edelweißhütte)에서는 간단한 맥주와 식사도 가능
• 전망대에 앉아 설산을 보며 맥주 한잔 하는 여유, 정말 힐링이었어요
식당 음식이 특별히 맛집이라기보다는, 그 분위기 자체가 압도적이었어요.
3,000m 가까운 높이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었고, 주변에서는 야생 염소와 마멋을 쉽게 볼 수 있었어요. 아이들과 함께라면 교육적인 체험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.
이 도로는 유료도로(차량 1대 약 €40 내외)이지만, 그 이상의 경치, 편의성, 접근성을 생각하면 아깝지 않았습니다.
무엇보다 도보가 어려운 상태에서도 제약 없이 알프스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감사했어요.
차량 중심 알프스 여행 꿀팁 정리
다리가 불편하거나 많이 걷기 힘든 상황에서도 알프스를 충분히 즐기려면, 아래 포인트들을 기억하세요.
1. 렌트카는 필수
• 대중교통보다 훨씬 유연하고, 상황에 맞게 조절 가능
• 오버트라운, 잘람제, 그로스글로크너 등은 차량 중심으로 설계된 지역
2. 숙소는 경치 좋은 지역에서 여유롭게
• 저희는 오버트라운의 조용한 리조트에 머물렀는데, 호수와 산이 함께 있어 회복에도 도움이 됐어요
3. 그로스글로크너 도로는 꼭 추천
• 유럽에서 보기 드문 고산 드라이브 루트로, 도보 부담 없이 자연 경관을 즐길 수 있음
• 중간 쉼터, 전망대, 화장실, 식당 등 인프라가 잘 되어 있음
4. 계획은 느슨하게
• 걷지 않더라도 피로감은 생기기 때문에, 너무 많은 루트를 욕심내지 말고 한두 곳 중심의 여유로운 일정 추천
여행은 꼭 걷지 않아도 된다
이번 유럽 여행은 생각지 못한 부상으로 처음엔 좌절도 있었지만,
오히려 그 덕분에 진짜 휴식과 자연의 감동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여행이 되었습니다.
특히 그로스글로크너 하이알핀 로드는 도보 없이도 알프스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코스였어요.
몸이 불편하더라도, 걷는 데 제약이 있더라도, 알프스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습니다.
조금 더 천천히, 조금 더 여유롭게 여행을 바라본다면
그 자체가 오히려 더 깊은 감동이 되는 경험이 될 거예요.